코로나로 인해 우리가 알고 있던 세상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출근이 재택근무 위주로 바뀌고, 등교가 원격 수업으로 바뀌고, 맛집 투어는 배달 위주로 바뀌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어떤 이들은 코로나가 끝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거라고 예상하기도 했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는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 코로나를 안고사는 '위드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그렇다면 어느날 갑자기 변해버린 세상 속에서 우리의 공간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미친 듯이 올라버린 집값, 사람이 다니지 않아 빈 점포가 늘어가는 번화가 상점들, 학령인구가 줄어 앞으로 몇 년 내에는 수능이라는 제도가 아예 없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기 시작했다. 도시는 사라지게 될까? 사람들의 생활은 어떻게 바뀌..
소설을 쓴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지금까지 한 번도 상상력에 기반한 이야기를 지어내서 써본 적이 없어 나에게는 약간 판타지 같은 세계다. 그런 글쓰기를 신명 나고 즐겁게 현재까지 계속해오고 있는 작가 스티븐 킹이 쓴 소설창작론,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어봤다. 독자를 유혹하는 글쓰기 방법에 대한 책인지, 소설을 써보라고 유혹하는 글쓰기 인지 모를 만큼 일단 다 읽고 나니 나도 소설을 한 번쯤은 꼭 써보고 싶어 진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는 미국에서 출간된 지 20년 정도 된 책이다. 이 책에는 스티븐 킹의 어린 시절과 무명시절 이야기부터 작가가 생각하는 소설 창작법과 좋은 문장 쓰는 법, 그리고 실제 작가들의 생활상까지 엿볼 수 있는 재밌는 거리들이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스티븐 킹이 소설을 쓰..
책을 사놓고 책꽂이에 꽂아놓은지 무려 5년 만에 를 완독 했다. 그동안 앞부분을 조금 읽다 관두기를 몇 번, 이번엔 드디어 초반의 허들을 넘고 내용 속에 빠져들 수 있었다. 그동안 왜 섣불리 덤비지 못했을까 생각해보니 너무나 큰 이야기의 스케일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는 작가 엘레나 페란테가 무려 2,000여 페이지에 달하는 긴 호흡으로 두 친구의 평생에 걸친 진한 우정에 대해 얘기하는 나폴리 4부작의 첫 번째 책이다. 이탈리아 출신 작가라고만 알려져 있는 엘레나 페란테는 필명 외에는 그 무엇도 알려진 게 없는 베일에 싸인 작가다. 작가는 작품으로만 이야기하면 될 뿐 부수적인 이야기는 전혀 필요 없다고 말하며 스스로 모든 정보를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다. 인터뷰도 꼭 필요한 경우에만 서면으로 응한다고..
모든 사람들이 돈을 버는 것에 지금처럼 열광하던 시기가 요 근래 있었던가. 주식, 재테크 서적이 서점에서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고, 모두가 어떻게 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 궁금해하고 열중한다. 집값이 미친 듯이 치솟고, 주식과 코인이 널뛰기를 하는 동안 누군가는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 집과 차가 바뀌고, 누군가는 돈을 다 잃고 절망에 빠진다. 이런 분위기 가운데 돈에 지배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소설인 가쿠다 미쓰요의 '종이달'이 눈에 띄었다. 서재 책장에 꽂혀있는 책을 우연히 빼들고 작가의 말부터 읽었는데 돈에 관한 소설이라는 사실을 알고 바로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종이달은 1990년대 후반 일본의 거품경제가 꺼져가던 시점을 배경으로, 은행에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취업하게된 전업주부 리카가 1억 ..
윌리엄 스토너는 1910년, 열아홉의 나이로 미주리 대학에 입학했다. 8년 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그는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의 강사가 되어 195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강단에 섰다. 그는 조교수 이상 올라가지 못했으며, 그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 중에도 그를 조금이라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p.8 시작하는 첫 문장 이 소설은 '윌리엄 스토너'라는 인물의 평생에 관한 소설이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열아홉이 되던 날까지 농사만 지었던 스토너는 어느 날 아버지의 권유로 농대에 진학하게 된다. 교양수업을 듣다가 뜻밖에 문학이라는 학문에 푹 빠지게 되어 평생을 학자이자 교육자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의 '평생'이 이 소설에 담긴 이야기의 전부인데도 첫 문장부터 그의 모든 인생을..
내가 얼마나 내 안에 갇혀 있는지 알아차릴 때마다 떠오르는 목소리들이 있었다. 문장으로 된 목소리였다. 아무 소리 나지 않아도 선명하게 들려왔다. 더 가까이에서 보고 듣고 싶었다. 그 마음과 그 얼굴로부터 배우고 싶었다. 내가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로는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맞은편에 앉아보았다. 이것은 그렇게 마주본 네 사람에 관한 책이다. 네 사람이 유심히 바라본 존재들을 향하는 책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나의 감탄과 부끄러움을 숨길 수 없는 책이다. 스스로에게 갇히는 날이 또 온다면 이 대화들을 다시 떠올릴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기억하며 마음의 세수를 한다. 이 느낌을 나는 존경이라고 부르고 싶다.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한 존경의 순간이 얼마나 희귀한지를 안다. 깨끗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