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 No! 영어공부 절대 포기하지 않는 법

매년 새해 다짐으로만 끝나버리는 영어 공부, 어떻게 하면 작심삼일로 포기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제 영어공부를 제대로 시작한 지 내년이면 3년 차인데요. 워낙 의지박약에 속하는 인간인지라 뭔가를 오랫동안 포기하지 않고 하는 경우가 드문데, 이번만은 포기하지 않았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생각해봤는데요. 예전에 제가 메모장에 써놓은 글이 정답을 말해주는 것 같아 공유해봅니다. 반말 주의 :) 

 

영어공부 포기하지 않는 법
영어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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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쉬워서 포기하기도 쉽지 않은 방법으로 영어공부를 시작한다. 

영어공부를 포기하지 않는 방법은 포기할 수 없는 방법으로 하는 것이다. 너무 쉬워서 포기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방법으로 시작하고 워밍업을 하는 거다. 애초에 빠르게 갈 것이라 기대하지 않고 눈앞에 보이는 결과물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냥 내 눈앞에 주어진 것들을 보고 들으며 그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답답해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까지 공부는 안 하고 관찰만 한다. 

나는 지난 1년 동안 공부는 전혀 안 한 채 미드를 무자막으로 보기만 했다. 그냥 보기만 하면 되는 건데 내가 이 쉬운 것도 포기해야 되나 싶어서 매일 꾸준히 봤다. 그냥 보기만 하다 보니 이거 내가 늘고 있긴 한 건가 싶어서 공부가 하고 싶어졌다. ‘문장을 읽고 해석하면 되게 속 시원할 것 같은데’ 하는 마음이 막 생긴다. 목욕탕에 가서 뜨거운 물에 실컷 때를 불린 다음 안 밀고 그냥 나온 느낌이다.

미드를 매일 보지만 내가 못 들은 부분의 구멍들이 자꾸만 거슬린다. 그래도 공부는 안 했다. 그렇게 1년 동안 충분히 영어 소리를 듣고 학습이란 걸 배제한 체 보고 듣고 하자, 편안하게 봐도 웬만한 영어 문장은 소리로 알아들을 수 있게 됐다. 물론 아예 모르는 단어와 표현이 나오거나 등장인물이 너무 대충 발음하면 못 알아듣기도 한다. 그렇지만 영어라는 문장이 어떤 건지 저걸 쓰는 서양 사람들의 문화와 행동양식이 어떤지 학습이란 걸 배제하고 봤기에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관찰의 기간이 어쩌면 셰프 밑에서 일하는 도제가 바로 음식 만드는 것에 투입되지 않고 매일 설거지하고 주방을 치우며 음식 만드는 걸 구경만 하면서 ‘난 언제쯤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염없이 염원하는 기간 같은 게 아니었을까. 주방이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는지, 어떤 재료를 어떻게 관리하고 썰어야 하는지 눈치 보고 관찰하면서 몸으로 익히는 것이다. 그러다 진짜 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더 열심히 하게 되지 않을까?

 

영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기본기를 쌓은 다음, 제대로 영어공부를 시작한다. 

어떤 걸 꾸준히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따질 때 기본기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나 싶다. 영어 소리를 한 번도 안 들어본 사람이 미드의 영어 표현을 공부하는 거랑 소리에 대한 감각을 충분히 기르고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이 미드 영어표현을 공부하는거랑 어떤 게 효율이 높을까.

영어공부하는 방법들을 찾다 보면 온전히 습득만으로 영어를 할 수 있다는 사람도 있고, 애초에 힘들게 학습해야 영어를 할 수 있다는 사람도 있다. 나는 습득으로 시작해서 영어 소리에 익숙해진 다음, 원하는 만큼의 중고급 단계로 가려면 결국엔 학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어린아이가 전혀 공부를 하지 않고 주변 어른들에게 보고 들은 내용으로만 영어를 한다면 그 아이의 말하는 수준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 내용에 알맹이를 넣기 위해서는 책을 읽고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을 필히 거쳐야 한다. 영어를 할 수 있다는 건 단지 영어로 간단한 일상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걸 뜻하는 게 아니다. 영어라는 그릇에 담긴 콘텐츠를 흡수하고 영어를 또 다른 나의 지식 향상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처음 1년은 미드를 보면서 관찰만 했고, 그다음 1년은 나름대로 미드로 영어 표현을 찾아보거나, 가끔 문법도 공부하면서 부족했던 구멍을 채워갔던 것 같아요. 제가 미드로 영어공부가 가능했던 이유는 영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귀에서 영어 문장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1년 동안 영어공부를 했다고 하지만 사실 학생 때처럼 열심히 힘들게 한 적은 없어요. 그냥 미드를 보는 김에 궁금한 표현도 더 찾아보고 찾아본 김에 아까우니 정리도 하고 그런 식이었죠. 그런데 제가 느끼기로는 지난 2년간 그 어느 때보다 영어가 많이 늘었다고 느낍니다. 물론 객관적인 수치가 아니라 제 느낌상으로요. 그리고 이런 식으로라면 앞으로도 계속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어는 더 이상 저에게 넘어야 할 벽 같은 것이 아니라, 그냥 항상 근황이 궁금한 친한 친구 같은 존재가 됐거든요. 어느새 12월이니 지금쯤 아마도 많은 분들이 내년 새해 다짐 같은 걸 하실 것 같아요. 영어 공부하기도 꼭 리스트 어느 사이엔가 끼어있을 것 같고요.

이번엔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1년간 꾸준히 영어를 보고 듣기만 한다.' 이렇게 세워보세요. 그리고 1년간 그 핑계로 넷플릭스(혹은 다른 OTT로) 미드를 겁나게 많이 보는 겁니다. 물론 되도록 무자막으로 보는 것이 좋고요. 그래서 영어 소리가 좀 잘 들리기 시작하고 익숙해지면 그때서야 공부하는 걸 생각하세요. 어때요, 쉽죠잉?

* 사실 무자막으로 미드를 보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만.... 그 시간이 결국 영어공부를 지속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줄 겁니다. 찡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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