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원서 추천! 매트 헤이그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영어원서를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읽어보긴 처음입니다. 내용이 너무나 흥미진진하고 궁금해서 5일 동안 틈날 때마다 읽었더니 어느새 후루룩 완독 해버렸네요. 이 책은 국내에서도 얼마 전에 번역 출간된 매트 헤이그 Matt haig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The midnight library라는 소설인데요. "한밤중의 도서관"이라는 뜻의 예쁜 제목과 함께 호기심을 자극하는 판타지 스토리와 삶에 대한 철학적인 사유가 함께 어우러져 쉽고도 무게감있게 쭉쭉 읽히는 아주 재미난 소설이었어요. 영어원서 뭐 읽을까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완전 추천드립니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The Midnight library 줄거리
주인공 노라 시드 Nora seed는 이번 생은 망했다고 생각하는 중입니다. 남자 친구와는 헤어지고, 일자리에서는 잘리고, 키우던 고양이도 죽고, 돈도 없고, 세상에서 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다고 느끼는 중이죠. 무기력과 절망, 수많은 후회에 빠져있던 '노라'는 자신의 고양이가 죽은 모습을 보고 슬픔도 절망도 아닌 '부러움'을 느낍니다.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자신도 편안하게 이 세상을 떠나버리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컸던 커죠. 그래서 결국 생을 끝내기로 마음먹고 실행에 옮기게 됩니다.
죽은 줄 알았던 그녀가 도착하게 된 곳은 연기가 자욱한 신비한 느낌의 도서관입니다. 그곳엔 어린 시절 그녀가 다니던 학교의 도서관 사서였던 엘름 Elm 부인이 있었죠. 그리고 초록빛을 내는 수많은 책들이 빽빽하게 꽂혀있었는데요. 그 책들은 다름 아닌 그녀의 선택으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의 삶을 기록한 책들이었어요. 한마디로 인생의 갈림길에서 다른 선택을 했던 수많은 '노라'들이 각자의 다중우주에서 살고 있다는 설정이죠. 심지어 평행우주이기도 합니다.
노라는 자신이 살아보고 싶은 인생을 골라 해당 책을 펼치기만 하면 그 삶으로 들어가게 되는거였어요. 그렇게 수많은 삶 속에 들어가 직접 살아보고 난 후 정말 살아보고 싶은 삶을 선택하기만 하면 그 삶대로 살게 됩니다. 말도 안 되는 행운의 기회죠. 노라는 그렇게 경험해보지 못했던 수많은 다양한 삶을 살아봅니다. 헤어진 남자 친구와 결혼한 삶도 살아보고, 음악을 계속해 세계적인 팝스타도 되어보고, 수영선수가 되어 올림픽 메달도 따 보고, 극지방에 탐험을 가서 불곰도 만나봅니다. 자신이 될 수도 있었던 그 수많은 가능성을 직접 삶으로 들어가서 겪어보게 된 거예요.
하지만 겉으로 아무리 완벽하고 화려해보이는 삶도 결코 완벽하지는 않다는 걸 이내 서서히 깨닫게 되죠. 그 수많은 화려한 삶들 속에서 노라가 선택하게 되는 가장 완벽한 삶이란 어떤 삶일까 너무 궁금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해서 쉴 새 없이 계속 읽어가게 되기도 했어요.
지금 내 삶은 가장 최선의 결과일까?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읽으면 내 삶도 돌아보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과연 지금 내 삶은 어떤 상태일까. 내 삶의 수많은 변곡점에서 다른 선택을 했다면 나는 지금 다른 모습일까? 더 화려하고 멋진 삶을 살고 있을까? 행복할까?
과거에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은 종종 들 때가 있습니다. 바보 같은 선택도 있었고, 후회되는 일도 많고 실수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결론적으로 지금의 '나'는 나름 만족스러운 버전의 '나'인 것 같습니다. 완벽하진 않아도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불행한 순간보다는 훨씬 많고, 내가 어릴적 생각했던 성공의 기준과는 조금 다르게 살고 있지만, 적어도 행복의 기준과는 가까이 있는 것 같거든요.
삶이 재밌는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가능성과 잠재력 때문인 것 같아요.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는 무한한 확률로 바뀔 수 있는 거니까요. 그 안에서 잘 해낼 때도 있고, 실수할 때도 있고, 때로 즐겁거나 슬픈 일들이 생기기도 하죠.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의 '노라'가 다양한 삶을 경험하는걸 보면서 대리만족이 컸던 것 같습니다. 나의 또 다른 자아도 어쩌면 다른 다중우주에서는 멋지고 화려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내가 못 이룬 꿈도 또 다른 '나'는 어디선가 멋지게 이루고 살고 있지 않을까. 대신 현생 버전의 '나'는 좀 더 여유롭고 행복하니까 그걸로 됐다. 뭐 이런 마음이랄까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 삶도, 다른 사람들의 삶도 뭔가 다른 관점에서 색다르게 생각해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영어원서로서 The Midnight Library는 어떨까?
일단 내용이 재밌으니 쭉쭉 읽히고, 어휘가 그렇게 어렵거나 난해한 편은 아닙니다. (저는 모르는 어휘가 나와도 문맥에서 이해하는데 큰 문제가 없으면 그냥 넘어가는 편이라 그럴 수도 있어요.) 그런데 문장을 꾸며주는 동명사가 줄줄이 사탕처럼 엮여서 복잡해 보이는 문장들이 자주 나온다는 느낌을 받긴 했어요. 이건 작가의 문장 스타일인 듯합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아주 편안하고 easy 하게 읽을 수 있는 소프트한 소설이에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좋았던 문장들
'Look at that chessboard we put back in place.' said Mrs. Elm, softly.
'Look at how ordered and safe and peaceful it looks now, before a game starts. It's a beautiful thing. But it is boring. It is dead. And yet the moment you make a move on that board, things change. Things begin to get more chaotic. And that chaos builds with every single move you make.'
'제자리에 놓여있는 체스판을 봐.' 엘름 부인이 부드럽게 말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인 지금, 얼마나 질서정연하고 안전하고 평화로워 보이는지 봐. 아름답지. 하지만 지루해. 그건 죽어있지. 하지만 네가 말을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 상황은 변하지. 점점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해. 그리고 네가 말을 움직일 때마다 그 혼란은 더 심해지지. '
'it's an easy game to play,' she told Nora. 'But a hard one to master. Every move you make opens a whole new world of possibility.'
'체스는 하기 쉬운 게임이야.' 그녀가 노라에게 말했다. '하지만 마스터하기는 어렵지. 네가 두는 모든 움직임이 하나하나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열거든.'
What sometimes feels like a trap is actually just a trick of the mind.
She didn't need a vineyard or a Californian sunset to be happy. She didn't even need a large house and the perfect family.
She just needed potential. And she was nothing if not potential. She wondered why she had never seen it before.
때때로 함정처럼 느껴지는 건 사실 마음의 속임수일 뿐이다. 그녀는 행복하기 위해 포도농장이나 캘리포니아의 노을이 필요하지 않았다. 심지어 큰 집이나 완벽한 가족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가능성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그 가능성이 없다면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왜 지금까지 그 사실을 못 봤는지 궁금했다.
We don't have to do everything in order to be everything, because we are already infinite.
While we are alive we always contain a future of multifarious possibility.
우리는 모든 것이 되기 위해 모든 것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린 이미 무한한 존재니까요.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우리는 언제나 다채로운 가능성의 미래를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해석은 제가 한 거라 번역본과 다르고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살아있는 동안 모두의 삶에 펼쳐진 수많은 가능성과 잠재력에 대해 원 없이 상상해볼 수 있었던 소설이었습니다. 그 끝없는 가능성들을 생각해보니 정신이 아득해지기도 하더군요. '모든 가능성은 내가 살아있고 선택함으로써 생긴다.' 그로 인해 일어나는 수많은 삶의 혼란과 변수를 즐겨보는 것도 나름의 사는 재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너무 재밌는 소설이니 영어 원서, 혹은 번역본으로도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