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기원》 서은국 :: 행복하기 위한 가장 명쾌하고 과학적인 방법
- 글쓰기 공방/독서 리뷰
- 2024. 9. 30.
행복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진화심리학, 즉 과학적인 관점에서 깔끔하고 딱 떨어지게 정리했다는 점에서 속 시원하기도 하고 흥미로웠다. 특히 저자가 적절한 비유를 들어서 모든 개념을 쉽게 설명해 주면서도 재치 있는 문장으로 유머까지 선사한다는 점이 좋았다. 인문사회과학책을 읽으면서 이 책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쉽지 않다. 또 책출간 10주년 기념으로 추가된 Q&A부분도 질문과 답이 어찌나 명쾌한지 저자의 글빨에 반했다.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행복은 언젠가 도착해야 하는 종착지 같은 것이 아니다. 우리가 매일 느끼는 물리적이고 구체적감각이다. 맛있는 음식을 입에 넣었을 때, 아침에 잠을 푹 자고 일어나 개운할 때, 재밌는 영화에 푹 빠졌을 때, 멋진 음악을 듣고 짜릿할 때 느끼는 기분이 행복이다. 일상에서 생각보다 쉽게 느낄 수 있는 그것.
행복은 철학적으로 거창한 그 무언가가 아니다. 생존과 번식에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가 느끼게 된 진화의 산물이다. 맛있는 걸 먹는것이 즐겁다고 느껴야 우리는 다음에 또 그것을 찾아 나선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관계 맺는 것이 즐겁다고 느껴야 자손을 낳고 종족이 보존될 것이다. 생존과 번식이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써 필요한 것이 쾌감, 즉 행복이라는 감정이다.
사람이 가질 수 있는 행복의 크기에는 의외로 유전적인 영향이 가장 크다. 외향성, 즉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회성이 높은 사람이 행복감을 가장 크게 느낀다고 한다. 우리가 행복감을 느끼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사람’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사람이란 내가 좋아하고 함께 있으면 편안한 사람을 말한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행복정도를 측정해 보라고 한 뒤 자신이 누군가와 함께 있는 시간과 혼자 있는 시간의 비율을 측정해 봤더니 행복한 사람들은 누군가와 함께 하는 시간이 혼자 있는 시간보다 월등히 높았다.
그럼 문화도 행복에 영향을 미칠까. 한국, 일본이 경제적으로 부유한데도 불구하고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는 집단주의와 관련이 있다. 집단 안에서 정해진 역할을 수행해야 하고 그 능력에 따라 개인의 가치가 판단되는 세상에서는 행복하기 어렵다. 나는 인정받기 위해 계속해서 타인의 눈치를 봐야하고, 타인의 시선으로 나의 행복을 판단한다. 행복도가 높은 북미나 유럽 국가는 개인의 자유와 가치를 존중하는 개인주의가 굳건한 나라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쓰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행복하기 위해서는 꼭 사람이 함께 해야 하지만 문화적으로는 개인주의에 기반을 둔 자유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는 좋은 직업을 가지고, 돈이 많아야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걸로 인해 찾아오는 행복은 생각보다 찰나의 순간이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므로 어떤 기쁨에도 금방 적응하고 더 큰 자극을 찾아나선다. 그래서 때로는 한 번에 찾아오는 너무 큰 행운은 불행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그 뒤로는 소소한 일에서 행복을 느끼기가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행복하기 위해선 돈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세계 여러나라 중 우리나라가 유독 높다고 한다. 물질만능주의와 비교문화 때문일 것이다. 어느 정도의 돈은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돈에 대한 집착은 행복에서 정 반대로 걸어가는 길이다. 문명화되고 돈이란 것이 발명되면서 사람 대신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그 과정에서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돈을 생각하기만 해도 다른 사람의 필요성을 덜 느끼게 된다. 실험결과 돈 그림을 보여주기만 해도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거나 받는 비율이 현격히 줄어들었다. 행복하기 위해선 ‘사람’이 꼭 필요한데 돈에 집착할수록 ‘사람’들과 점점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작은 행복을 자주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좋아하는 사람과 밥먹고 스킨십하기, 좋아하는 취미 가지기,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기, 이런 것들만 잘 지켜도 우리는 행복을 가까이에서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