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안되는 곳에서 보낸 5일 :: 생각보다 나쁘지 않네요ㅋ

LTE 음영지역이라고 들어보셨나요? 그곳에 들어가면 LTE 신호가 잡히지 않아서 인터넷도 안되고 전화도 안 되는 곳입니다. 아니, 요즘 세상에도 그런 곳이 있어?라고 생각하시겠죠? 제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이 딱 그 LTE 음영 지역이에요. 이 주변 다 인터넷이 잘되는데 딱 우리 집이 있는 위치만 음영인 거죠. (이러기도 쉽지 않음)


여긴 깊은 산골짜기도 아니고 도서지역도 아니고 문명이 들어올 수 있는 곳입니다 ㅋ 경기도 지방의 약간 구석진 시골마을일 뿐인데 하필이면 이 주변지역에서 딱 우리 집 부분만 LTE 음영지역이라 라우터라는 걸 사용해야지만 인터넷과 통화가 되는 곳이지요. 집에서 1분만 걸어 나가도 LTE가 잡힙니다. 어이없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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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지난주 목요일 평화로운 저녁, 갑자기 인터넷 신호가 안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집은 라우터를 통한 인터넷으로 모든 것이 돌아가는 집입니다. 그 말은 인터넷이 안 되는 순간 TV도 안되고, 전화도 안되고, 인터넷도 안되고 그야말로 평소에 내가 해오던 것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는 뜻입니다. 잠깐 오류가 난 거겠지 하고 기다려봤지만 신호가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 집에서 약간 걸어 나가 LTE가 잡히는 곳에서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습니다. 그때가 지난주 목요일이었는데 이번 주 화요일이나 되어야 점검하러 나올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오늘까지 인터넷이 되지 않는 암흑의 나날을 보냈습니다. 물론 완전히 안되는건 아니고 집의 양쪽 끝에 붙어서 기다리면 LTE 신호 한두 개가 힘겹게 잡히기는 하더라고요. 속도가 고통스럽게 느려서 문제지만요. 블로그 글도 못쓰고, 내 글에 댓글이 달려도 확인만 겨우 하고 답방도 제대로 못 갔지요. 

인터넷 안되도 안죽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마트폰과 노트북 앞에서 보내던 시간을 다른데 쓰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도 안되고 아무것도 볼거리가 없으니 책밖에 볼 게 없었어요ㅋ 낮엔 이것저것 생각하고 일하느라 책에 집중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평소엔 보통 자기 전에만 책을 읽는 편인데, 지난 5일 동안 낮에도 원 없이 책을 읽었어요. 책 읽는데 방해하는 스마트폰 알람도 없고, 유튜브나 인스타를 보는 것도 불가능하고, 인터넷 신문기사 보는 것도 힘든 상태였으니까요.

 

그런데 반전! 

인터넷 없는 조용한 세상이 저는 생각외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몇일동안 신문안 보고, 유튜브 안 본다고 해서 세상이 뒤집어지지 않더라고요. 정보가 너무 많아 항상 시장통같이 시끄럽던 머릿속이 요 며칠 동안 아주 조용하고 집중도가 올라간 느낌이었어요. 5일 동안, 새로 읽기 시작한 원서 1권을 완독 하고, 예전에 사놓고 오랫동안 미뤄둔 소설도 거의 다 읽었어요. 갑자기 책이 왜이렇게 잘 읽히지? 싶더라고요. 평소엔 집중력을 흩트리는 요소가 너무 많아서 오랫동안 집중해서 책을 읽기가 힘들었는데 스마트폰 알람이 사라지는 순간 집중력이 급상승하는 걸 경험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남편도 최근 붙잡고 있던 작업물의 진척도가 급상승하고 더 많은 일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두칸 겨우뜨는 LTE를 힘들게 테더링 해서 꼭 필요한 정보만 찾아보면서 오프라인 위주로 일했더니 쓸데없는 걸 보는데 드는 시간이 줄어서 오히려 일을 빨리 끝내게 됐데요. 

 

앞으로 일부러라도 인터넷 안쓰는 기간을 만들고 싶다고 얘기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강제적으로 못하게 되지 않는 한 일부러 인터넷에서 멀어지는 건 꽤나 힘든 일이겠죠. 그동안 우리가 초연결된 사회에서 하루하루 얼마나 피곤하게 살았는지 느끼게 된 날들이었습니다. 모든 정보를 언제나 볼 수 있고 연결되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의 정신이 얼마나 분산되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시간을 많이 뺏기는지 알게 된 거죠.

 

기다리던 화요일이 돌아왔고, 오늘 AS 기사분이 점검을 다녀갔는데요. 물리적으로 인터넷 선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 당장은 못 고치고 며칠 더 걸릴 것 같다네요. 오 마이 갓! 

 

하지만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이죠. 5일 동안은 그냥 불편해도 버텼는데, 더 늦어진다고 하니 저도 남편처럼 제 방에서 LTE가 그나마 잘 터지는 스팟을 찾아내서 테더링을 하고 기어이 또 이렇게 인터넷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ㅋㅋㅋ 인터넷 선을 고칠 때까지는 편안하고 빠른 인터넷이 힘들겠지만 그나마 블로그 글은 쓸 수 있게 돼서 다행입니다. 

 

요즘 세상에도 인터넷 안 되는 지역이 있다는 사실과 한편으로는 인터넷이 안되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어서 기나긴 TMI를 남겨봅니다 ㅋ

머릿속이 많이 복잡한 날에는 모든 인터넷을 잠시 셧다운 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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