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줄거리 & 후기 :: 해외반응이 더 뜨거운 이유는?
- 덕밍아웃/영화와 드라마
- 2021. 10. 2.
며칠 전 오징어 게임을 이틀 동안 정주행 해서 다 봤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처음 오픈했을 당시엔 기대에 비해 국내 반응이 미지근했는데요. 며칠이 지나자 해외에서 먼저 반응이 오기 시작했고 아시다시피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해외반응이 있기 전 국내 시청자들의 반응은 혹평이 많았습니다. 이야기가 질질 늘어지고 재미없다는 의견이 많았죠. 혹평을 보고는 시간낭비를 하기 싫어 안 보려고 했었는데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사랑을 받는 걸 보니 도대체 드라마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해서 봤습니다.
우선 개인적인 후기를 말하자면, 전체적으로 재밌게 봤습니다. 보통 드라마를 한번에 쉬지 않고 정주행은 잘 못하는 편인데, 보기 시작하고 나서는 거의 멈추지 않고 쭉 봤던 것 같아요. 다음 편이 계속 궁금하도록 이야기가 진행됐고, 그 과정도 제법 흥미로웠습니다.
오징어 게임 줄거리
사회에서 빚을 지고 벼랑 끝까지 몰린 이들을 불러 모으는 세력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평등하게 게임하여 거액 456억을 획득할 기회를 주는 자들이죠. 대신 이 돈을 가져갈 수 있는 사람은 전체 456명 중 단 한 명 밖에 없습니다. 게임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뽑기 게임, 줄다리기, 구슬치기, 유리다리 건너기, 오징어 게임 등 어릴 때 하던 단순한 놀이들입니다. 다른 점이라면 게임을 하다 죽으면 '진짜로' 죽는다는 거죠. 오징어게임은 사회 낙오자 456명이 모여서 목숨을 걸고 게임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도대체 이 게임을 누가, 왜 만든 것이며, 상금 456억을 쟁취하게 되는 자는 누구일까요?
매력적인 등장인물 :: 정호연, 이유미, 김주령, 위하준
오징어게임이 세계적 인기를 얻으면서 출연배우들도 더불어서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저는 주인공이었던 이정재나 박해수보다는 강새벽 역의 정호연, 지영 역의 이유미, 한미녀 역의 김주령, 형사 준호역의 위하준 같은 주변 인물들이 더 매력적으로 그려진 것 같았어요. 기훈 역의 이정재는 착하고 인간적인 캐릭터이지만 일관되게 고구마 답답이 같은 면이 있었고, 상우 역의 박해수는 이기적이고 비열한 모습만 보여줘서 캐릭터로서의 매력이 살짝 떨어지더라고요.
반면 낯선 얼굴로 나왔던 캐릭터들이 의외로 많은 매력을 보여준 것 같아요. 특히 게임 중에 만나 애틋한 우정과 워맨스를 나누는 강새벽(정호연)과 지영(이유미)의 관계가 너무 좋았어요. 둘의 대화를 들으면서 뜻하지 않게 울어버렸습니다. 두 사람은 실제로도 동갑 친구라고 하더라고요. 정호연은 이유미와 대화 장면을 찍으면서 실제로도 너무 많이 울어버려서 당황스러웠다고 해요. 정호연은 오징어 게임 출연 후로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40만에서 갑자기 1000만에 육박하게 늘어버렸죠. 역시 글로벌의 힘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한미녀 캐릭터로 나온 김주령은 비열, 가련, 야함, 개그 등 오징어 게임에서 가장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배우가 아닌가 싶어요. 조연이었음에도 존재감이 매우 컸던 것 같습니다. 형사 황준호 역으로 나온 위하준은 <18 어게인>에 출연했을 때부터 호감이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매력적이었어요.
오징어 게임의 해외반응이 더 뜨거운 이유가 뭘까?
현재 시점 기준으로 오징어 게임이 인도를 제외한 전 세계에서 넷플릭스 1위를 찍고 있다고 합니다. 넷플릭스 점수 기준 만점 830점에서 1점이 모자란 829점이라는데요. 이건 넷플릭스의 영어권/비영어권 모든 작품을 포함해 역대 최고 기록이라고 하네요. 외신들은 오징어 게임을 각종 상을 휩쓴 영화 '기생충'에 비견하며 매우 놀랍고 끝내주는 작품이라고 감탄하고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이 우리나라보다 해외에서 유독 더 사랑받은 이유가 뭘까 생각해봤는데요.
한국적인 특수성과 세계적인 보편성이 잘 어우러짐
K-좀비로 이름을 떨쳤던 킹덤의 경우, 조선시대 특수성과 좀비라는 장르물을 합쳐서 한국만의 독특한 좀비물을 만들어내서 큰 사랑을 받았었습니다. 킹덤이 끝나고 외국인들이 가장 관심을 가진건 예상밖에도 '갓'이었죠. 선비들이 쓰는 그 '갓' 말입니다. 모양도 특이하고, 발음도 어쩜 god(신)과 같아서 외국인들에게 아주 신선하게 다가간 듯 합니다. 오징어 게임에서도 우리나라 만의 독특한 문화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국자에 설탕을 녹여 만든 과자 뽑기, 소주 안주로 생라면 뽀사먹기, 양은 도시락 등의 간식 문화는 드라마와 함께 가장 먼저 화제가 되었습니다. 더불어 드라마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게임들이 아마 외국인들에게는 낯설 것입니다. 하지만 규칙은 매우 단순하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움직이면 죽는다
뽑기 : 모양이 부서지면 죽는다
줄다리기 : 상대편에 끌려가면 죽는다
구슬치기 : 구슬 다 뺏기면 죽는다
유리다리 건너기 : 잘못 밟으면 죽는다
오징어게임 : 잡히면 죽는다
한국의 전통게임이라는 점에서 특수성을 가지지만 보자마자 규칙을 파악할 수 있고 데스 서바이벌 게임의 보편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게임에는 '~하면 죽는다'는 규칙이 있기 마련이지만, 여기서는 '진짜로' 죽는다는 게 다르긴 하지만요.
빈부격차가 만드는 각박한 현실에 대한 공감
해외 외신들이 오징어게임을 영화 '기생충'에 비유하는 이유는 이야기에서 드러나는 극단적인 빈부격차 때문일 텐데요. 오징어 게임은 삶의 벼랑 끝에 몰려 더 이상 선택권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목숨을 걸고 겨루는 게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 게임을 만든 이는 돈이 너무 많아서 삶이 무료한 사람들이고요. 감독 황동혁은 이 시나리오를 2008년 정도에 썼는데 그때는 너무 현실성 없어 보이는 이야기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현실성을 획득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오징어 게임은 코로나와 경기불황, 집값 상승으로 모든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주식판, 코인판에 달려드는 이 시대를 우화 하여 표현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주식, 코인도 법칙은 매우 단순합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 이 단순한 규칙을 가지고 수많은 개미가 덤벼들지만 결국 진짜 돈을 버는 건 소수지요. 큰돈을 움직이는 기관 세력들에게 놀아나고 나가떨어지는 것도 개미고요.
오징어 게임에서 가장 슬펐던 건 구슬치기 게임 장면이었어요. 같이 게임할 사람을 찾아 짝을 지으라더니 결국 그 두 명이 서로 게임을 하게 만듭니다. 유일하게 같은 편이라 여기는 사람을 배신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악독한 게임이었죠. 빈부격차의 몹쓸 면은 가난한 자가 부자에게 맞서는 게 아니라 가난한 자끼리 물고 뜯고 싸우게 된다는 점인 것 같아요. 그 부분을 오징어 게임이 정확하게 캐치하여 게임 방식으로 영화화한 것이고요.
우리는 장르에 초점을, 해외는 메시지에 초점을 둔 것 아닐까?
우리나라 시청자들의 혹평을 살펴보니 대부분 질질끄는 개인 서사 내용 때문에 스토리가 늘어져서 지루했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극 중 캐릭터가 너무 평면적이고, 사람을 너무 쉽게 많이 죽여 오히려 생명의 무게를 가볍게 만드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 의견에 저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반면에 해외의 반응을 보면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에 초점을 맞춘듯 합니다.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개인 서사, 그 사람들 사이의 정치, 오징어 게임이라는 시스템이 주는 메시지, 더불어 장면에 등장하는 독특한 한국의 특색과 문화가 색다른 재미를 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결론적으로 이야기에서 기대하는 방향성이 조금 달라서 반응에 온도차가 생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데스 게임 서바이벌 장르의 박진감과 스릴을 기대하고 봤던 사람에게는 늘어지고 질질 끄는 서사가 답답했을 것이고, 그게 아닌 사람에게는 전체적인 서사나 메시지가 더 눈에 띄었을 테니 흥미로웠던 것이 아닐까. 저는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스토리보다 메시지를 중시하는 편이라 좀 더 흥미롭게 봤던 것 같아요.
근데 결론 부분에서 이정재가 고구마 답답이 같이 나온 부분은 별로 마음에 안들긴 합니다. ㅋ
마치며...
오징어 게임이 이렇게까지 전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킬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어쨌든 점점 높아져가는 K드라마의 위상은 자랑스럽고 기분 좋습니다. 오징어 게임 덕에 넷플릭스 주가도 최고가를 찍었다고 하던데, 좋으면서도 오징어 게임의 저작권이 넷플릭스에 있다는 건 살짝 아깝기도 하네요^^(간사한 인간의 욕심 ㅋㅋ)
오징어 게임, 아직 못보신 분들은 시간 내서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