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쓰는 법 : 독서의 완성》 책을 온전히 씹어먹는 법

독서의 진정한 완성은 서평을 쓰는 것이다. 책을 좋아해서 적지 않은 책을 습관적으로 읽고 있지만 서평을 안 쓰고 넘어가는 책은 머지않아 기억에서 잊힌다. 머릿속에서 한번 더 정리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그만큼 빨리 휘발되어 버리는 것이다. 심지어 읽고 서평까지 쓴 책도 몇 년이 지난 후 다시 읽어보면 내가 쓴 글이 아닌 듯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니까. 

지금껏 많은 서평을 써왔는데 정작 서평은 왜, 어떻게 써야하는지 정확한 의미를 몰랐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유유 출판사에서 나온 <서평 쓰는 법 : 독서의 완성> 책을 읽으면서 기억해두고 싶은 내용을 표시해뒀다가 요목조목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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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쓰는법 : 독서의 완성> 이원석 지음

    서평이란 무엇인가? 

    서평, 즉 북리뷰book review에서 '리뷰'는 책을 '다시 re 보는 view'겁니다. 새롭게 읽는 것이지요. 이는 해석의 주체인 독자가 각기 다른 자리에 서 있기에 가능합니다. 모든 서평은 독자/서평자의 다시 읽기입니다. 나아가 다른 독자에게 다시 읽기를 제안합니다. 

    서평은 기본적으로 먼저 읽은 독자가 나중에 읽을 독자에게 일러주는 예고편 역할을 하는 글이다. 예고편이 맛깔나면 본편에 대한 기대가 올라가듯, 좋은 책을 읽고 글을 재밌게 잘 써서 다음 독자 또한 그 책을 선택하도록 이유를 만들어 주면 그 서평은 잘 쓴 서평인 것이다. 반대로 나쁜 책은 읽지 않도록 설득하는 것도 서평의 역할이라 한다. 먼저 읽어본 사람으로서 책에 대한 소개와 함께 내 생각과 입장을 잘 말하는 글, 그런 글이 서평이다. 

     

    고전 텍스트는 왜 오래 살아남았을까?

    "저는 고전 텍스트를 '텍스트-무한'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작품에 대한 해석이 고갈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끊임없이 해석하고 의미의 핵심을 파악하고자 하지만 목표에 이르지 못하게 되는데, 그게 텍스트-무한의 특징입니다. 고전 텍스트, 클래식이라고 불리는 텍스트는 거의 여기에 속합니다. 고전처럼 무한한 텍스트와 유한한 텍스트 사이의 격차는 큽니다.

    물론 <햄릿>도 출간될 때부터 무한한 텍스트는 아니었습니다. 무수히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고, 새로운 해석이 가해지는 가운데 그것을 버텨내는 텍스트, 그러니까 읽고 나도 계속 뭔가 읽을거리가 남는 텍스트가 바로 무한한 텍스트이고 텍스트-무한입니다. <햄릿>도 처음에는 만만한 텍스트였지만 점점 숭고한 텍스트로 격상되고, 이제는 작품의 결함조차도 의미를 갖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


    <서평 쓰는 법>에서 로쟈 이현우의 <아주 사적인 독서> 인용

     

    좋은 책일수록 해석의 여지가 많고 저자와 독자 간의 대화가 지속됩니다.
    고전이 이름값을 하는 것은 해석의 가능성이 소진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책들 중, 고전은 어떻게 선택된걸까 궁금했었다. 고전과 일반 책을 나누는 기준은 얼마나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느냐의 차이다. 그 말은 시대가 달라도 여전히 적용되는 원칙이 담긴 책일 수도 있고,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엄청나게 다른 스펙트럼으로 해석되는 책일 수도 있다. 책이든 영화든 노래든 숨어있는 메시지가 많아 수수께끼 같으면서도 흥미로운 작품을 좋아한다. 읽고 또 읽어도 새로운 게 자꾸 나오는 양파 같은 책이라면 당연히 고전으로서, 좋은 책으로서 가치 있는 작품이겠지. 

    독자는 거듭하여 책을 해석하면서 그 책의 지평을 확장시키고, 동시에 독자 자신도 새로워집니다. 

    이 해석 작업은 말과 글로 표현되어야 합니다. 서평은 글의 일종입니다. 서평은 다름 아닌 논리를 담아내며, 서평가가 읽은 책에 대한 조리있는 설명과 평가를 문자화합니다. 읽고 나서 느낀 감동과 깨달음을 쏟아내는 것은 서평이 아니라 독후감입니다. 물론 독후감의 감동과 깨달음은 서평의 설명과 평가와 근본적으로 동일합니다. 독후감이 보여주는 감동과 깨달음에 논리와 체계를 부여하여 설득력을 배가시킨 것이 서평이니까요. 누군가 이렇게 논리적으로 서평을 쓰고, 다른 누군가가 그 서평을 통해서 그 책을 읽는 눈이 열리면 모두가 더 나은 자리로 나아가게 됩니다. 

    독후감은 서평과 다르다. 독후감이 책을 읽고 본인이 느낀 감정 위주로 쏟아내는 글이라면, 서평은 거기에 나의 생각과 입장을 견지하며 논리를 더해 다른 독자가 그 책을 읽도록, 혹은 읽지 않도록 설득하는 글이다. 세상에 나온 책 한 권은 수많은 독자가 자신의 관점에서 다시 읽고 쓰는 서평이 많아질수록 계속해서 풍성해진다. 

     

    누구나 글쓰기는 두렵다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는 글 쓸 때 느끼는 저항감에 대한 태도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마추어는 일하기에 앞서 먼저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두려움을 극복해야만 비로소 자신이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프로는 자신이 결코 두려움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세상에 두려움 없는 전사나 걱정 없는 예술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

    책속에서 스티븐 프레스필드 <최고의 나를 꺼내라> 인용

    아무리 글을 많이 써도 처음 글쓰기를 시작할 때 빈 화면에 대한 공포감은 사그라들지 않는 것 같다. 그럼 프로 작가들은 두렵지 않은 건가? 프로는 그 두려움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그냥 인정하고 헤쳐나가는 사람들인 거구나.  "두려워서 못하겠다 VS 두렵지만 한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여기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서평의 토대는 요약

    독서의 첫 결실 또한 평가가 아니라 요약입니다. 충실한 독자라면 모름지기 자기가 읽은 것을 간명하게 요약할 수 있어야 합니다. 책의 핵심을 명확하게 도출하고, 이를 바로 자기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각 장을 읽고 난 후에는 생각으로 혹은 기록으로 핵심을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모든 독서에 그렇게 해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평을 작성하려면 그렇게 하는 편이 유익합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나면 전체의 핵심을 정리해야 합니다. 목차를 앞에 펼쳐 놓고, 다른 이에게 장별로나 절별로 요지를 간결하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정리가 되면 좋습니다. 

    적어도 장별로는 정리해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서평을 쓸 때 어느 장을 넣고 뺄지 혹은 더 다루고 덜 다룰지 가늠할 수 있게 됩니다. 서평에 요약을 제시할 때에 모든 장을 동일한 비중으로 소개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비평의 대상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책을 평가하려면 적어도 내 언어로 책의 핵심을 요약할 수 있어야 한다. 책을 읽고 전체 내용을 요약한다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좋은 책을 읽어서 서평을 쓰고 싶은데 내용 요약하는 것이 까다로워 포기하고 싶을 때도 한두 번이 아니니까. 그런 입장에서 빨간 책방을 진행했던 이동진 영화 평론가는 책 내용을 정말 기가 막히게 잘 요약한다. 복잡한 소설부터 어려운 인문학 책까지 핵심을 뽑아내 잘 요약해내는 걸 보면 분명히 똑똑한 것 이상으로 자신만의 필살기 방법이 있을 것이다.

    가장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각 장을 읽고 생각이나 기록으로 핵심을 정리해나가면서 읽는 것이다. 목차가 잘 되어있는 책이라면 목차를 중심으로 살을 붙여가며 전체내용을 파악하는 방법도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전체 내용에서 뼈대를 간추려 중요한 내용을 선별하고 요약하는 방법은 서평을 잘 쓰기 위해 필수조건이다.   

     

    요약은 서평이 아니다 

    독자는 서평을 읽기 전과 후가 달라집니다. 서평을 읽고 나면 그 책에 대해 기존에 없던 입장이 형성되거나 기존에 가졌던 입장이 전환됩니다. 서평이 독자에게 책에 대한 특정한 관점을 심어 주기 때문이지요. 서평이 제공한 관점 위에서 독자의 더 나은 평가,, 즉 해석이 가능해집니다. 

    서평에 요약은 필수지만, 요약 자체는 서평이 아니다. 우리가 책을 살 때 온라인 서점의 한줄평이나 별점, 서평등을 찾아보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읽었나 궁금하기 때문이다. 요약으로 서평이 끝난다면 책 소개와 다를 바가 없다. 그 속에 자기의 관점과 생각이 있어야 한다. 독자들 간의 다른 생각이 스파크를 튀기며 토론할 때 저자는 가장 재밌지 않을까? 

     

    맥락 파악으로서의 지적 교양

    "공부만 하고 자기 입장이 없으면 그것은 그냥 사전 덩어리와 같은 것입니다. 또 공부는 하지 않는 상태에서 자기 입장만 가지게 되면 남과 소통할 수 없는 고집불통이나 도그마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공부해서 자기 입장을 만들고, 또 자기 입장을 깨기 위해 또 공부하고, 이런 것이 공부이고 그게 책 읽는 사람의 도리입니다. "

    이 말은 2007년 1월 8일 KBS 1 TV에서 방영한 「TV, 책을 말하다」 <세상의 무지에 맞서라- 장정일의 공부>에서 '공부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장정일이 한 답변입니다. 서평가로서 일가를 이룬 사람으로서 하는 말입니다. 그렇기에 귀를 기울여 들을 가치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그가 말하는 "입장"이라는 것이 바로 책의 평가를 위한 기준이고 관점입니다. 이러한 관점을 갖추려면 성실한 선행 독서가 필요합니다. 한편으로는 여러 분야에 걸쳐 두루두루 독서를 해야 하지요. 다른 한편으로는 서평의 대상이 자리한 맥락을 이해해야 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세상의 지식 영역에 대해 가능한 한 넓게 알아야 하고, 서평의 대상이 자리한 영역에 대해 깊게 알아야 합니다. 

    무언가에 대해 자기 입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 대해 아는 것이 있어야 한다.  "공부해서 자기 입장을 만들고, 또 자기 입장을 깨기 위해 공부한다." 이 말 참 멋있는 것 같다. 사람이 조금 알기 시작하면 거기에 매몰되어 자기가 아는 것이 전부인 양 생각하게 될 때가 있다. 그때가 가장 위험할 때란 생각이 드는데, '선무당이 사람잡는다'는 말이 그래서 있는 것일 게다. 생각과 입장은 경우에 따라 바뀔 수 있다. 꾸준히 공부하고 더 큰 맥락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져야 편협하지 않은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쓸 것인가? 

    훌륭한 저작은 성실한 독자의 머릿속에 느낌표와 물음표가 넘실대게 만듭니다. 저자의 최선이 담긴 작품은 독자의 지적이고 정서적인 최선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독자의 최선은 느리고 세밀한 독서에서 시작됩니다. 섬세하고 차분하게 독서하다 보면, 자연스레 여러 생각의 편린이 떠오르게 마련입니다. 이렇게 촉발된 사유는 그 순간에 곧바로 붙들지 않으면 오래지 않아 휘발되고 맙니다. 따라서 메모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그러므로 독서 전에 메모하기 위한 준비를 갖춰야 합니다. 방법은 아무려나 상관없습니다. 책에다 바로 적든, 포스트잇에 끼적여서 책에 붙여두든, 공책에다가 정갈하게 작성하든, 컴퓨터로 문서를 만들어 두든 상관없습니다. 

    다음으로 책을 읽고 생각나는 바를 적습니다. 발췌한 문장이 촉발한 나의 사유를 기록하는 겁니다. 여러 편의 단상이 쌓이면 자연스레 한 편의 리뷰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독서의 자극을 통해서 반짝하고 떠오른 생각을 허공으로 날려 보내지 말고 곧장 기록하여 저장하여야 합니다. 서평은 이 단상을 논리적으로 배열한 결과물일 따름입니다. 

    특히 마음에 와 닿거나 불편하게 다가온 본문을 옮겨 적고 자신의 생각을 적어보세요. 이렇게 발췌하고 평가하는 글이 축적되면, 그게 모여 하나의 큰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생각과 이이디어가 떠올라 주체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이 생각들을 모아서 나중에 멋진 글을 써야겠다 싶지만 그때를 붙잡아 메모해두지 않으면 금세 휘발해버린다.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들 중에 하나가 메모다. 책 읽다 메모를 하면 흐름이 끊길 것 같고, 메모를 하려고 노트를 찾거나 스마트폰을 들면 내가 책 읽던 것을 금세 까먹어버린다. 거기다 나는 자기 전에 누워서 이북으로 자장가처럼 독서하는 것을 좋아하므로 하이라이트 표시는 해두지만 메모까지 하는 게 너무 어렵다.

    이 부분을 어떻게 개선해나가야 할지가 내 개인적인 숙제다. 메모를 생활화하고 생각을 그때그때 기록해두는 것, 이것이 내 글쓰기에 큰 자양분이 될 것을 알면서도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서평쓰기로 완성되는 독서

    처음 책을 집어 들었을 때나 막 서평을 쓰기 시작할 때는 머릿속에 그 책에 대한 명확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기 일쑤입니다. 그럼에도 원고지나 키보드에 글을 쭉 써 나가다 보면, 어느샌가 자연스레 글에 질서와 형상을 부여할 수 있게 됩니다. 의식 이면에 자리하던 모호한 느낌과 판단이 하나의 일관된 틀속으로 짜여 들어가 언어화되는 것입니다. 스스로 생명을 가지고 자라게 되는 것이지요. 

    이건 나도 자주 경험했다. 서평을 쓰기전엔 내가 뭘 쓸지도 몰랐는데 쓰다 보니 저절로 명확해진 경험이다. 읽은 내용을 머릿속으로 정리해보고 하나로 응축해 보다 보면 거기에 읽을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질서나 메시지가 숨어있을 때가 있다. 마치 숨은 그림 찾기에서 숨은 조각을 찾아냈거나 어려운 수수께끼를 풀어낸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런 경험을 하려면 일단 책도 해석의 여지가 많은 좋은 책이어야 한다. 가끔 책을 읽을 당시엔 별로 재미없다고 느꼈는데 다 읽고 나서 서평을 쓰다가 이런 경험을 하면 그 책이 다시 보인다. 서평을 쓰면서 또 한 번의 새로운 독서 경험을 하는 것이다.  

    이래서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평을 쓰면서 내것으로 소화시켜 말과 글로 뱉어내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서평은 다른 독자에게 책에 대한 내 입장을 알려주는 역할도 하지만,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이 책이 어땠는지 조목조목 얘기해주는 역할을 한다. 정성스레 써놓은 서평은 시간이 지나 소중한 일기처럼 그때의 나를 보여주기도 한다. 

     

    좋은 서평을 많이 쓰려면 좋은 책을 더 많이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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