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브로커> 리뷰 :: 태어나줘서 고마워! 생명의 무게에 대해 생각하다

넷플릭스에 그동안 보고 싶었던 영화들이 대량으로 쏟아져나왔길래 그동안 계속 보고싶었지만 볼 기회가 없었던 영화 브로커를 봤습니다. 아이유의 첫 상업영화 주연작이자 고레에다 히로카즈 일본 감독의 연출이라 너무너무 궁금했던 영화였어요. 아이유는 첫 상업영화를 찍고 바로 칸영화제로 진출했죠. 정말 뿌듯하고 멋집니다.

 

영화 브로커 포스터

 

영화 브로커 줄거리

영화는 전체적으로 일본영화 특유의 분위기를 내며 조용하고 잔잔하게 흘러갑니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자신의 감정을 극적으로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잘 살펴봐야합니다. 주인공인 소영(아이유)은 베이비 박스에 아이를 버리는 미혼모 엄마로 나옵니다. 비오는 날 아이를 부산의 한 교회 베이비 박스 앞에 버려두고 가지만 잊지 못하고 다음날 다시 찾으러 오죠. 하지만 그 아이는 동수(강동원)와 상현(송강호) 두 사람이 이미 몰래 빼돌리고 난 후입니다. 이들은 아기를 필요한 사람들에게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브로커로 일하고 있었어요.

동수와 상현은 소영을 따로 불러 수수료를 나눠줄테니 경찰에 신고하지 말고, 함께 아이에게 좋은 부모를 찾아주자고 합니다. 어차피 거기 있으면 시설로 보내질 수 밖에 없다고요.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소영은 그들과 함께 아기 우성이의 새로운 부모를 찾아주러 낡은 봉고차를 타고 함께 여행을 떠납니다. 여기까지 봤을때는 무슨 범죄영화의 느낌이 납니다. 이야기로만 들었을 땐 어둡고 축축한 느낌이 나죠. 근데, 이들이 함께 아이를 안고 돌보며 여행을 하고, 남들의 오해를 피하기 위해 가족인 척 위장하는 사이, 어느새 영화의 분위기는 따뜻한 가족같은 느낌으로 변모하기 시작합니다.

영화 브로커 스틸컷 중에서

이들의 아기 매매 거래를 현장체포하려고 잠복근무하며 쫓아다니는 여형사 두명 만이 이들의 행동이 범죄라는 걸 일깨워 줍니다.

이들의 여행에는 어느새 해진이라는 9살짜리 꼬마도 함께 하게 됩니다. 동수가 자란 고아원에서 지내는 아이인데 축구선수가 되는게 꿈인 아이에요. 입양되어 가족을 찾는 것이 꿈이지만, 입양되기에는 이미 너무 커버린 나이지요. 해진이는 이들의 봉고차에 몰래 숨어들어 어느새 한 일원이 되었어요.

이제 이들은 완연한 한 가족, 동료로 보입니다. 이들은 돌아가면서 아기에게 우유를 주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한방에서 같이 잡니다. 모두 처음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한 가족의 온기를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이들은 진정한 한 가족이 될 수 있을까요? 소영은 왜 아기를 버려야만 했을까요.

 

브로커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무엇이었을까? 

영화는 묵직한 물음 하나를 던집니다.

“애를 낳기전에 죽이는게, 낳고나서 죽이는것보다 죄가 덜해?”

 

이들을 체포하기위해 쫓아다니는 형사 수진(배두나)은 “책임지지 못할 거면 애초에 낳지를 말지, 왜 낳아서 버리느냐.” 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영(이지은)은 직접 키울 수 없더라도 이미 생겨버린 생명을 내 마음대로 포기할 순 없다는 입장이었겠죠.

사실 저는 평소 수진의 입장에 공감해왔기 때문에 마음이 복잡했는데요. 책임지지 못할 아이를 낳아서 방치하고 학대하는게 훨씬 더 큰 죄처럼 느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영화에서 나오는 이 한 장면에서 그만 눈물, 콧물을 흘리면서 울어버렸습니다.

소영 :
우성아, 태어나줘서 고마워.
동수야, 태어나 줘서 고마워.
상현아, 태어나줘서 고마워.
해진아, 태어나줘서 고마워.

해진 : 
소영아, 태어나줘서 고마워.

 

 

소영은 이 여행을 마무리하고 헤어지기 전날, 한명 한명의 이름을 부르며 마음을 전합니다. 민망하니까 불도 끄고 서로 얼굴도 보지 않은채 누워서 아주 담담하게 말이죠. 다들 괜히 부끄러워 딴청을 피우며 잠듭니다. 가족끼리 이런 말하면 원래 더 민망하고 간지러운 것 처럼 말이죠. 극도로 담담해서 건조해 보이기 까지 하는 이런 연출이 또 이런 장면에는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제가 그렇게 울컥했던 걸 보면요.

존재 자체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할 때 이보다 더 적합한 표현이 있을까 싶네요. '도와줘서 고마워'도 아니고,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도 아니고, '태어나줘서 고마워.' 라는 말은 그래서 더 묵직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생명을 책임지지 못할 상황에서 과연 낳아야 하냐, 말아야 하냐의 논쟁을 떠나 "일단 세상에 이미 태어나버린 우리를 서로 사랑하고 고마워하자" 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가족은 얼마든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도요.

 

한국 영화의 극적이고 빠른 템포의 연출에 익숙한 분들에게는 이 영화가 지나치게 심심하고 잔잔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르겠어요. 일본영화 특유의 고요한 분위기 때문에 지루하게 느껴질수도 있어요. 하지만 다 보고나서 오래도록 계속 장면을 되짚어보게 만드는 여운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영화를 본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아직 여운이 남아서 언젠가 다시 보고 싶기도 하네요.

따뜻하고 잔잔한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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