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 쓸데없는 글도 누군가에겐 의미있을 수 있는 이유

개미집단의 이동을 시뮬레이션하는 실험이 있었다. 히로시마대 수학과 니시모리 히라쿠 교수의 실험으로 개미가 집단을 이뤄서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것을 관찰하는 실험이다. 수많은 개미가 존재하는 커다란 집단이 한 방향성을 가지고 이동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세계도 마찬가지지만 개미 중에는 리더의 말을 잘 듣고 따르는 개미도 있는 반면에 꼭 말 안듣는 개미가 존재한다. 마음대로 옆길로 빠지는 개미,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는 개미 등 별의별 개미들이 다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 리더 말을 잘듣는 개미만 존재하는 그룹, 말 안듣고 길을 못찾는 개미가 포함된 그룹 두개를 비교했을 때 과연 어떤 그룹이 목표지점에 더 빠르게 도착했을까? 결과는 의외로 말 안듣는 개미들이 포함된 그룹이 평균적으로 더 빠르게 도착했다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얼핏 생각하면 말 안듣고 옆길로 새는 개미가 그룹에 방해를 일으킬 것 같지만, 반대로 도움을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옆길로 샜다가 오히려 목표지점으로 가는 더 빠른 지름길을 찾게 되기도 하고, 혹은 딴짓을 하다가 그 전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무언가를 배우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긴 시간을 두고 봤을땐 오히려 샛길로 빠지는 말썽쟁이 개미가 그룹의 의미있는 동반자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난 요즘 누군가의 뻘글을 보는게 재밌다. 누군가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아무렇게나 적어둔 글을 봤는데 전혀 상관없는 듯한 말 한마디에서 고민하던 문제의 힌트를 얻는다거나, 혹은 내 인생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힌트를 얻기도 한다. 실제로 방향성을 잃고 쓸데없는 짓을 하다가 갑자기 전혀 상관없는 어떤 것에서 용기를 얻거나 힌트를 얻기도 한다.

당신이 어딘가에 써놓은 쓸데없는 글을 보고 누군가는 고민하던 문제의 힌트를 얻었을 수도 있고,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뻘글을 읽고있는 누군가도 어쩌면 새로운 생각을 하나쯤 얻었을 수도 있다. 블로그를 하다보니 똑같은 정보에 대한 글이 넘친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정보에 대한 글은 경쟁이 치열하고 같은 내용의 글들이 조금씩 변형되어 계속해서 재생산된다. 

 

세상에서 나만 먼저 알고 있는 정보가 몇이나 있을까. 하지만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나만 가지고 있다. 그 중 90%가 쓰레기고 10%만 의미있는거라고 해도 뭐 어때. 서로가 서로의 샛길이 되기도 하고, 지름길이 되기도 하는 이 세계는 그래서 재밌다. 

 

이상, 딴짓이 취미인 말썽쟁이 개미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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