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글쓰기가 재미없을 때 기억할 것, '나'라는 독자

출처 : Writer's digest

만약 당신이 단 한 사람의 독자를 위한 글을 쓴다면,
그 독자는 바로 당신이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당신이 읽고 싶은 이야기를 쓰세요.
왜냐하면 당신 외에는 그 누구도 그렇게 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 Michael Wood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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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즐겨보는 유튜브 콘텐츠 중에 "이연"이라는 유튜버가 있다.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조곤조곤해주는 그림 유튜버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그림 유튜버지만 그림보다는 그녀의 이야기가 재밌어서 집중해서 보게 된다. 하얀 도화지 화면에 아무런 배경음악 없이 그림 그리는 장면이 나오고, 유튜버 이연은 주로 그림과 상관없는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그림은 배경일뿐 진짜 콘텐츠는 그녀의 이야기인 것이다. 화려하거나 감각적인 편집 하나 없이 집에서 펜이나 만년필로 스케치하듯 그림을 그리며 수다 떠는 그 채널의 구독자수는 최근 60만 명을 넘었다. 

 

그 유튜브 채널의 성공 이유는 누가 뭐래도 유튜버 이연의 '이연다움'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녀는 나중에 자기 자신에게 다시 보여주고 싶은 방송을 만든다고 얘기한다. 자기가 원할 때에만 그림을 그리고, 자신이 기억해놓고 싶은 내용 위주로 방송을 만든다고 말한다.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그렇게 자기 위주로 방송을 해도 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점이 이연 유튜브 채널의 매력을 만들어준 셈이다. 사람들은 그녀의 그녀 다움을 궁금해하는 것이니까.

자기 자신을 콕 찝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그 이야기에 공감한다. 그 이야기의 유일함에는 다수의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뾰족한 공감 포인트가 있기 때문이다. 두루뭉실하지 않고 손에 딱 잡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공감이다. 아무리 특별해 보여도 결국엔 똑같은 인간이라 사는 건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나다운 것이 가장 독창적이면서도 대중적인 것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글을 쓸때도 마찬가지다. 보통 많은 사람들이 읽기를 바라는 글을 쓰려고 할 때 실수를 저지른다. 누구인지도 모를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상상하며 누구를 위한 글인지 모를 글을 쓰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글은 너무 모호해서 나를 포함해 그 누구에게도 가닿지 못한다. 결국 모두를 위한 글은 누구를 위한 글도 아니게 되는 것이니까. 그런 글을 자주 쓰다 보면 자괴감이 오고, 글쓰기가 점점 재미없어지다가 슬럼프가 오고 결국 손을 놓게 되는 것 같다. 나 스스로조차 재미없어서 안보는 글을 누가 봐줄 것이냐 말이다. 

 

특히 수익형 블로그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읽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보니 주제부터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주제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주제를 정해서 쓰는 경우도 많다. 물론 이 업계에서는 내가 쓰고 싶은 글보다 남이 보고 싶어 하는 글을 쓰는 사람이 수익을 많이 가져간다는 국룰이 있는 것 같기는 하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이 남들도 보고 싶어 하는 글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어쨌든 거기에 대한 해법은, 글을 쓸 때 나라는 자아를 떼어서 내 앞에 앉혀놓고 앞에 앉아있는 '나'에게 이야기하듯 조곤조곤 글을 써보는 것이다. 더 좋은건 과거의 '나'나 미래의 '나'를 위해 쓰는 글이다. 어떤 주제에 대해 잘 몰랐던 과거의 '나'에게 지금 내가 잘 아는 사실에 대해 설명해주거나, 혹은 지금의 내가 잘 알고 있는 걸 까먹을 수도 있는 미래의 '나'에게 기억을 되살려주기 위해 지금 내가 아는걸 소상히 적어놓는 식으로 말이다. 내 앞에 앉아있는 '나'는 어떤 글을 읽고 싶을까, 어떤 게 궁금할까? 어떤 걸 검색해볼까? 다른 사람들 속은 몰라도 내 속은 내가 알 수 있으니까 좀 더 쉽지 않을까?

 

내 글을 가장 처음보는, 또한 가장 열심히 보는 독자는 바로 나다. 그리고 놀랍게도 세상에 나랑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은 의외로 많다. 

 

 

PS. 미래의 나야, 듣고 있니? 방황하지 말고, 너를 위한 글을 써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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